솔직히 저는 천호동 324 일대가 개발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도로 조건도 열악하고, 재개발 추진 때마다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는 얘기를 워낙 많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최근 그곳에서 열린 민간도심복합개발 사업설명회에 다녀오고 나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최대 700%의 용적률과 가구당 수억 원의 환급금이라는 수치가 현장에서 어떤 공기를 만들어냈는지, 직접 본 것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설명회 현장에서 목격한 용적률 700%의 위력
제가 직접 설명회장에 들어섰을 때만 해도 분위기가 반신반의 수준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사업성 문제로 개발에 등을 돌렸던 소유주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있었고, "또 말뿐인 거 아니냐"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렸습니다. 그 분위기가 바뀐 건 시뮬레이션 데이터가 화면에 뜨는 순간이었습니다.
핵심은 용도지역 상향이었습니다. 현재 이 일대는 제2종 일반주거지역인데, 민간도심복합개발을 적용하면 준주거지역으로 용도가 올라갑니다. 여기서 용도지역 상향이란, 토지에 허용되는 용도와 용적률의 법적 상한선 자체를 높이는 행위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같은 땅에 더 높고 더 많은 집을 지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 상향을 통해 법적 상한의 1.4배까지 용적률을 적용할 수 있어 최대 700%가 가능해집니다.
비례율(比例率)이라는 개념도 빠지지 않고 등장했습니다. 비례율이란 정비사업에서 개발 후 자산 총가치를 개발 전 종전 자산 총가치로 나눈 비율로, 100%를 넘을수록 조합원이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천호동 일대 640여 가구를 민간도심복합개발로 정비할 경우 용적률 500%만 적용해도 2,000여 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탈바꿈하고, 비례율이 200% 수준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제 경험상 사업설명회에서 비례율 200%라는 수치가 나오면 장내가 달라지는데, 그날도 딱 그랬습니다. 동의서 징구 절차를 직접 물어보는 소유주가 한둘이 아니었으니까요.
민간도심복합개발의 사업 대상 요건도 짚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면적 2만㎡ 이상 6만㎡ 이하, 건축물 노후도 60% 이상인 역세권·간선도로변 구역이 기본 조건이고, 주민 동의 요건은 토지 등 소유자 3분의 2 이상, 토지면적 2분의 1 이상입니다. 재개발·재건축이나 모아타운보다 진입 장벽이 낮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실제로 송파구 잠실동·석촌동·삼전동, 강동구 천호동, 광진구 구의동, 성북구 석관동 일대에서 잇따라 사업설명회가 열리고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 사업 대상: 면적 2만㎡~6만㎡, 건축물 노후도 60% 이상인 역세권·간선도로변
- 용도지역: 제2종 일반주거지역 → 준주거지역 상향 시 최대 용적률 700% 적용 가능
- 동의 요건: 토지 등 소유자 3분의 2 이상 + 토지면적 2분의 1 이상
- 성북구 석관동 174 일대 사례: 545가구 → 2,134가구, 일반분양 물량 1,333가구, 비례율 약 200% 추산 (출처: 매일경제)
장밋빛 사업성 뒤에 숨은 리스크, 제가 냉정하게 따져봤습니다
설명회에서 나온 숫자들이 매력적인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제가 현장을 나오면서 든 첫 번째 생각은, "이 시뮬레이션이 어느 시점의 공사비와 금융 조달 비용을 반영한 것인가"였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시공비가 급격히 올랐고,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조달 비용도 크게 늘었습니다. PF란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 완공 후 예상 수익을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사업비를 조달하는 방식인데, 금리 인상과 부동산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이 비용이 사업성을 크게 훼손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비용을 후하게 반영하지 않은 시뮬레이션일수록 실제 사업에서 추가분담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기부채납 문제도 간과하기 어렵습니다. 기부채납이란 용도지역 상향 같은 규제 완화의 대가로 개발 이익의 일부를 도로·공원·공공임대주택 등의 형태로 지자체에 무상으로 제공하는 것을 말합니다.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대폭 올리는 만큼, 그 반대급부로 요구되는 기부채납 비율이 상당할 수 있습니다. 장부상 화려한 용적률 수치가 실제 조합원 손에 들어오는 몫과 직결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서울시의 세부 운영기준도 여전히 변수입니다. 정비업계에서는 서울시가 간선도로변 토지 등 소유자의 50% 이상 동의 요건을 추가할지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알박기, 즉 소수 토지 소유자가 매도를 거부하며 과도한 보상을 요구해 사업 전체를 지연시키는 행위를 차단하려는 목적에서입니다. 폐지됐던 준주거지역 비주거시설 의무비율이 민간도심복합개발에 다시 적용될 경우, 설계 변경과 분양 전략 수정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서울시는 이르면 다음 달 운영기준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출처: 서울특별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직주락(職住樂) 복합개발, 즉 일터·주거·여가 기능을 한 구역에 통합하는 개발 방식이 설명회 핵심 청사진으로 제시됐는데, 이 방식은 하층부 상업·업무 시설의 성공적인 분양을 전제로 합니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될 경우 하층부 상업시설 미분양이 곧바로 전체 사업의 재무 구조를 흔드는 뇌관이 될 수 있습니다. 초고밀 역세권 개발 특성상 지하 구조물의 심도도 깊어지고 공사 기간도 길어져, 지연 이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누적되는 꼬리비용 리스크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제 경우엔 이런 복합 리스크를 먼저 따지고 나서 사업성 수치를 봐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민간도심복합개발이 기존 재개발이나 모아타운과 다른 점이 뭔가요?
A. 가장 큰 차이는 용적률 혜택의 크기와 사업 진입 장벽입니다. 재개발·재건축은 법적 상한 내에서 용적률이 결정되지만, 민간도심복합개발은 용도지역 상향을 통해 법적 상한의 1.4배까지 올릴 수 있어 최대 700%까지 적용이 가능합니다. 공공이 토지를 수용해 주도하는 공공도심복합개발의 단점을 보완해, 민간이 주체가 되어 추진하는 구조라는 점도 다릅니다.
Q. 비례율 200%면 무조건 환급금을 받을 수 있는 건가요?
A. 비례율이 200%라는 수치는 시뮬레이션상의 추산치이며, 실제 환급금은 개별 소유주의 종전자산 평가액에 비례율을 곱한 뒤 조합원 분양가를 뺀 값으로 결정됩니다. 시공비·PF 금융 비용·기부채납 비율이 변동되면 비례율도 달라질 수 있어, 지금 단계에서 환급금 규모를 확정적으로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현재 제시된 수치는 최상의 조건을 가정한 결과라고 보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Q. 서울시 운영기준이 발표되기 전에 동의서에 서명해도 되나요?
A. 서울시는 이르면 다음 달 민간도심복합개발 운영기준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간선도로변 소유자 동의 요건 추가나 비주거시설 의무비율 재적용 여부 등 핵심 변수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동의서 징구가 진행되더라도 운영기준 확정 후 사업성을 재검토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현명한 접근으로 보입니다.
Q. 신축 빌라가 섞여 있으면 사업 추진이 불가능한가요?
A. 민간도심복합개발의 노후도 요건은 건축물의 60% 이상이 노후 상태여야 한다는 기준입니다. 신축 빌라가 일부 섞여 있더라도 전체 구역의 60% 기준만 충족되면 사업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신축 건물 소유자는 종전자산 평가액이 높아 조합원 분담금 구조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개별 물건에 따라 유불리를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결론
제가 설명회를 다녀온 뒤 내린 결론은 이겁니다. 민간도심복합개발은 그동안 정비사업의 사각지대로 방치됐던 역세권 노후 빌라촌에 실질적인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용적률 700%, 비례율 200%라는 숫자가 허황된 것만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숫자가 실현되려면 서울시 운영기준의 확정, 보수적인 시공비 산정, 일반분양가의 현실적인 예측이라는 세 가지 관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 뛰어들기보다는 다음 달 발표될 서울시 운영기준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기준이 공개되면 현재 시뮬레이션의 전제가 얼마나 현실적인지를 다시 따져볼 수 있습니다. 대형 건설사들의 최근 선별 수주 기조도 잣대로 삼으면, 제시된 사업성이 실제 시장에서 통하는지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기대와 냉정함을 함께 가지고 지켜봐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