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을 먼저 받고 나서 살 집을 따로 샀다가, 나중에 세금 폭탄을 맞는 사례가 생각보다 훨씬 많습니다. 저도 비슷한 상황의 의뢰인을 접하고 나서야 얼마나 많은 분들이 이 함정에 빠지는지 실감했습니다. 1주택 1분양권 비과세특례, 요건만 알아두면 수천만 원이 달라집니다.
취득 순서 하나가 비과세를 갈라놓는다
청약에 당첨되고 나서 기뻐하다가, 막상 입주까지 2~3년이 남았으니 당장 살 곳을 구해야 하는 상황, 겪어보신 분은 아실 겁니다. 전세 시장이 불안하니 차라리 소형 아파트를 하나 사서 들어가는 게 낫겠다 싶어 주택을 매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결정이 훗날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통째로 날려버리는 원인이 됩니다.
소득세법 제89조 제2항에는 이런 원칙이 적혀 있습니다. 1세대가 주택과 분양권을 함께 보유하다가 그 주택을 양도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1세대 1주택 비과세를 적용하지 않는다고요(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소득세법 제89조). 여기서 비과세특례란, 이 원칙의 예외로서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1주택처럼 세금을 면제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말합니다.
그렇다면 예외 요건은 무엇일까요? 소득세법 시행령 제156조의3 제3항이 규정하는 핵심 조건은 이렇습니다. '종전주택을 취득한 후 1년 이상 경과하고, 그 이후에 분양권을 취득할 것.' 즉, 주택이 먼저고 분양권이 나중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순서가 뒤집히는 순간, 비과세특례를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사라집니다.
제가 접한 사례를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2022년 3월에 수도권 신도시 분양권(A)을 취득한 뒤, 거주할 곳이 없어 2023년 5월에 구축 아파트(B주택)를 매수한 분이 계셨습니다. 2026년 1월에 A분양권 아파트가 완공되어 A주택이 되었고, 그해 7월 B주택을 매도하면서 일시적 2주택 비과세 혹은 1주택 1분양권 비과세특례에 해당할 거라 판단해 비과세 신고를 했습니다. 결과는 관할 세무서의 과세 통보였습니다. 취득 순서가 법령이 요구하는 방향과 반대였기 때문입니다.
비과세가 불가능한 대표 사례 유형
집행기준과 기획재정부 유권해석을 보면 아래와 같은 패턴은 모두 비과세 적용이 불가합니다(출처: 국세청, 양도소득세 집행기준 89-156의3-1).
- 분양권(A) 취득 → 주택(B) 취득 → A주택 완공 → B주택 양도: B주택은 종전주택 요건 불충족으로 비과세 불가
- 분양권(A) 취득 → 주택(B) 취득 → A주택 완공 → A주택 양도: 취득 당시 '주택'이 아닌 '분양권' 형태였으므로 비과세 불가
- 분양권(A) 취득 → 분양권(B) 취득 → B주택 완공 → A주택 완공 → B주택 양도: 주택 완공 선후와 무관하게 비과세 불가
- A분양권(20.12.31. 이전 취득) → B분양권(21.1.1. 이후 취득) → A주택 완공 → B주택 완공 → A주택 양도: 일시적 2주택 비과세도 불가
법이 실수요자를 충분히 보호하고 있는가
이 규정을 들여다보면서 저는 한 가지 질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무주택자가 청약에 당첨되어 분양권을 취득한 것이 왜 불리하게 작용해야 할까요?
분양권이란, 아파트가 완공되기 전 단계에서 해당 주택을 분양받을 권리를 의미합니다. 2021년 1월 1일 이후 취득한 분양권은 소득세법상 주택 수 산정에 포함되도록 세법이 바뀌었는데, 이 개정이 실수요자에게 예상치 못한 불이익을 만들어냈다는 게 저의 솔직한 판단입니다.
현행법 하에서 비과세특례를 받으려면 종전주택을 취득한 후 1년 이상 경과한 뒤 분양권을 취득해야 합니다. 그리고 신축주택 완성 전 종전주택을 양도하거나, 완성 후 3년 이내에 종전주택을 양도해야 합니다. 여기서 종전주택이란 분양권 취득 시점 이전부터 보유하고 있던 주택을 뜻합니다. 이 흐름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특례는 사라집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실질과세의 원칙, 즉 형식이 아닌 경제적 실질에 따라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조세 기본 원칙과 현행 규정이 충돌할 소지가 있다고 봅니다. 무주택자가 청약에 당첨된 후 입주 전 거주를 위해 실수요 목적으로 주택을 매수한 상황은, 투기 목적으로 여러 채를 보유한 경우와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그런데 법은 취득 순서라는 형식적 요건만으로 두 경우를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습니다.
물론 현행법 하에서 과세관청의 해석은 일관되고 확고합니다. 소득세법 시행령 제156조의3의 예외 사유는 열거적으로 규정되어 있고, 그 밖의 사정을 이유로 비과세를 주장하기는 어렵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상황에서 불복 절차를 밟아도 납세자가 이기는 경우를 보지 못했습니다. 취득 순서를 바꿀 수 없는 과거 상황이라면, 비과세를 전제한 절세 플랜을 짜는 것 자체가 위험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내리는 결론은 보수적입니다. 분양권을 먼저 취득했다면, 완공 전까지는 추가 주택 매수를 최대한 피하고 전월세로 거주하는 방식이 현행법 기준에서 가장 안전합니다. 입법론적으로는 실거주 요건을 엄격히 부과하는 조건 하에서 예외를 허용하는 방향의 세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현재로선 법 개정 논의가 구체화된 바 없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분양권을 먼저 취득했어도 완공 후 2년 이상 실거주하면 비과세 되지 않나요?
A. 실거주 여부는 별개의 요건이고, 비과세특례의 전제 조건인 '종전주택 취득 후 분양권 취득'이라는 순서 자체가 충족되지 않으면 특례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2년 거주 요건은 특례 적용을 전제로 한 추가 조건이기 때문에, 기본 전제가 무너지면 거주 기간은 의미가 없습니다.
Q. 분양권을 상속받은 경우에도 취득 순서 문제가 생기나요?
A. 상속받은 분양권은 별도 규정(소득세법 시행령 제156조의3 제4항)이 적용됩니다. 피상속인이 상속개시 당시 주택이나 조합원입주권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속받은 분양권이라면, 일반주택과 각 1개씩 보유한 경우에 한해 비과세특례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일반 매매로 취득한 분양권과는 규정이 다르니 반드시 구분해야 합니다.
Q. 2020년 12월 31일 이전에 취득한 분양권은 다르게 적용되나요?
A. 2020년 12월 31일 이전에 취득한 분양권은 소득세법상 주택 수 산정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일시적 2주택 비과세 등 별도 요건을 꼼꼼히 따져봐야 하고, 취득 시점과 조합에 따라 적용 규정이 달라질 수 있어 개별 검토가 필요합니다.
Q. 분양권 취득 후 주택을 매수했는데, 지금이라도 주택을 먼저 팔면 비과세가 될 수 있나요?
A. 이미 취득 순서가 '분양권 먼저'로 확정된 상황에서는 어떤 순서로 양도해도 1주택 1분양권 비과세특례의 기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다만 주택 보유 기간, 거주 기간, 양도 차익 규모 등에 따라 적용 가능한 다른 절세 방법이 있을 수 있으니, 양도 전에 세무사와 반드시 사전 상담을 받으시길 권장합니다.
Q. 종전주택 취득 후 '1년 이상' 경과 요건은 정확히 어떻게 계산하나요?
A. 종전주택 취득일로부터 분양권 취득일까지 1년 이상이 경과해야 합니다. 취득일 기준은 일반적으로 잔금 지급일 또는 등기 접수일 중 빠른 날입니다. 하루라도 미달하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청약 신청 전에 보유 주택의 취득일을 정확히 확인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1주택 1분양권 비과세특례는 '종전주택을 먼저 취득하고, 이후 분양권을 취득'하는 순서를 전제로 설계된 제도입니다. 이 순서가 뒤집히는 순간 예외 규정 어디에도 끼워 맞출 수 없고, 과세관청의 해석은 지금까지 일관됩니다. 저는 이 규정이 실수요자를 충분히 배려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현행법 아래에서는 그 판단을 기다릴 여유가 없습니다.
분양권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면, 완공 전 추가 주택 매수는 임차 형태로 대체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입니다. 양도 계획이 있다면 반드시 사전에 전문가 검토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취득 순서 하나가 수천만 원의 세금을 가르는 일, 제가 직접 보고 나서야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실감했습니다.
참고: https://richntax.com/taxcolumn/?bmode=view&idx=1707843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