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이번 토론회가 또 말만 무성하게 끝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5차례 릴레이 토론회가 마무리되면서 윤곽이 드러난 세제개편안을 들여다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종합부동산세 과세 기준을 주택 수에서 보유 합산 가액으로 전환하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를 한시적으로 완화해 매물 잠김을 푸는 구조입니다. 고객 상담 현장에서 직접 체감할 만한 변화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데이터를 펼쳐놓고 분석에 착수했습니다.
종부세 개편, 주택 수에서 가액 중심으로
상담 자리에서 한 고객이 이런 말을 꺼냈습니다. "저는 지방에 싼 집 세 채인데 왜 서울 30억짜리 한 채 가진 분보다 세금을 더 내야 하나요?" 저도 속으로 답하기가 애매했습니다. 이번 개편안이 겨냥하는 지점이 정확히 그 지점입니다.
정부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과세 기준을 보유 주택 수가 아닌 보유주택 합산가액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합산가액이란 납세자가 보유한 모든 주택의 시가를 더한 금액을 의미합니다. 30억원짜리 1주택자가 10억원짜리 3주택자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역전 현상을 바로잡겠다는 취지입니다.
함께 바뀌는 부분이 장기보유특별공제입니다. 현행 제도는 양도가액 12억원을 초과하는 1세대 1주택에 보유기간 최대 40%, 거주기간 최대 40%를 공제합니다. 개편 방향은 비거주 주택의 보유기간 공제를 줄이고 실거주 기간 공제를 늘리는 쪽입니다. 쉽게 말해, 집을 오래 가지고만 있는 것보다 실제로 살고 있는 사람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논리입니다.
다만 제 경험상 이 개편이 순기능만 있지는 않습니다. 보유 가액 중심으로 과세 기준이 바뀌면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더 짙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주택자들이 지방·외곽 저가 주택을 팔고 서울 핵심지 고가 주택 한 채로 자산을 집중하면, 수도권과 지방 간 부동산 가격 양극화는 오히려 심화될 수 있습니다. 2025년 국민대차대조표 기준으로 가계 순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71.9%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출처: 통계청), 세제 구조 하나의 변화가 가계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은 작지 않습니다.
- 종부세 과세 기준: 주택 수 → 보유주택 합산가액 중심으로 전환
- 장기보유특별공제: 비거주 보유기간 공제 축소, 거주기간 공제 확대
- 초고가 주택 기준선과 공제 축소 폭은 관계부처 협의 후 최종 확정 예정
- 양도세 비과세 혜택 적용 횟수 제한(생애 1회 등) 방안도 검토 대상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퇴로가 될까 버티기 신호가 될까
고객 상담을 마치고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데이터를 들여다봤습니다. 매물 잠김 현상이 수치로도 고스란히 보였습니다. 다주택자들이 양도소득세 부담 때문에 매도를 미루고 버티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이번 대책에서는 보유세를 올리는 동시에 다주택자가 집을 팔 때 양도세를 한시적으로 낮추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여기서 양도소득세(양도세)란 부동산을 팔 때 취득가액과 매도가액의 차이, 즉 양도차익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입니다. 현재 다주택자는 기본 세율에 최대 30%포인트의 중과세율이 붙어, 매도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정부가 다주택자의 '퇴로'를 열어주겠다는 표현을 직접 쓴 것은 이례적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몇 건의 다주택자 상담 사례를 검토해봤는데, 양도세 부담이 실제로 매도 결정을 막는 핵심 변수였습니다. 한시 완화가 6개월이냐 1년이냐에 따라 시장에 나오는 매물 수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의 우려가 있습니다. 보유세 인상 폭이 다주택자에게 실질적인 압박으로 작용하지 않는다면, 양도세 한시 완화 기간이 끝난 뒤에는 다시 매물이 잠길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증여를 통해 가족에게 주택을 이전하거나 임대사업자 등록으로 세 부담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 쉽게 말해 연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원리금 비율에 한도를 두는 규제 — 와 맞물려, 중장년층 갈아타기 실수요자들의 주거 이동까지 막히는 부작용도 제 경험상 현장에서 자주 마주치는 문제입니다(출처: 금융감독원).
공급 대책, 3기 신도시 단축과 비아파트 지원의 현실
공급 쪽 발표를 보면서 제가 처음 든 생각은 "방향은 맞는데 속도가 문제"였습니다. 3기 신도시 사업기간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은 택지 지정, 주택 인허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심사를 병행 추진하는 방식으로 착공 일정을 앞당기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HUG 보증이란 주택 분양 과정에서 수분양자의 계약금·중도금을 보호하는 공공 보증 제도를 의미합니다.
그린벨트 해제 카드도 꺼내들었습니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은 도시 무분별한 확산을 막기 위해 지정된 개발 금지 구역으로, 이를 일부 해제해 주택 용지를 확보하겠다는 것입니다. 다만 실제 입주까지는 토지 보상, 인프라 구축, 인허가 절차 등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당장의 수급 불안 심리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단기 공급 방안으로 거론된 비아파트 신축 지원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별도의 조건이 필요합니다. 전세사기 사태 이후 빌라와 오피스텔 시장에 대한 수요자 신뢰가 크게 무너진 상황을 제가 현장에서 직접 체감했습니다. 자금 지원만으로는 수요가 따라오지 않습니다. 임대인 신용 평가 시스템이나 투명한 시세 검증 같은 제도적 안전장치가 함께 갖춰져야 빌라·오피스텔 공급이 실제 수요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핀셋 대출 완화는 긍정적인 방향입니다. 정책모기지 소득·자산 기준을 조정하고, 부부 소득 합산 후 대출 대상에서 탈락하는 이른바 '결혼 페널티' 문제를 보완하겠다는 방침도 포함돼 있습니다. 한국은행 가계 대출 통계와 금융위원회 발표 자료를 교차 검토해봤는데, 핀셋 완화가 실수요자의 구매력으로 이어지는 효과는 대상 범위 설정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종부세 개편이 되면 1주택자 세금도 오르나요?
A. 정부 방향은 실거주 1주택자와 중저가 주택 보유자의 세 부담은 늘리지 않는 쪽입니다. 비거주 주택이나 초고가 주택부터 공제 혜택을 줄이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다만 초고가 주택의 기준 가격선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 최종 발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다주택자 양도세 한시 완화는 언제부터 적용되나요?
A. 세제개편안이 아직 최종 확정 단계이므로 정확한 시행 시기는 발표 전까지 알 수 없습니다. 완화 기간, 적용 대상, 세율 차등 폭 등 세부 조건이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확정됩니다. 검증되지 않은 소문보다 정부 공식 발표를 직접 확인하시는 것을 권합니다.
Q. 3기 신도시 사업기간이 단축되면 실제 입주 시기가 많이 앞당겨지나요?
A. 병행 처리 방식으로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는 만큼 착공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습니다. 다만 토지 보상 협의, 인프라 구축, 실제 건설 기간까지 감안하면 입주까지는 여전히 수년이 필요합니다. 단기 공급 불안을 해소하기보다는 중기 공급 물량 확보 측면에서 의미 있는 조치로 보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Q. 청년·신혼부부 핀셋 대출 완화가 되면 DSR 규제도 완화되나요?
A. 거시적인 가계대출 총량 규제와 DSR 기준은 유지하는 기조입니다. 청년·신혼부부를 위한 정책모기지 소득·자산 기준 조정이나 결혼 페널티 해소가 주된 방향이며, 전면적인 DSR 완화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개별 사례별로 예외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 현재까지의 정부 방침입니다.
결론
이번 세제개편안과 부동산 종합 대책은 조세 형평성 회복과 매물 잠김 해소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겨냥하고 있습니다. 방향 자체는 타당합니다. 다만 제가 현장에서 체감하는 현실은, 세제 하나만으로 시장이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초고가 주택 기준선,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기간, 그린벨트 해제 후보지 등 핵심 변수들이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조만간 나올 공식 발표까지는 섣불리 움직이기보다 데이터를 지켜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검증되지 않은 소문이나 개인 매체의 의견보다는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통계청, 금융위원회의 공식 자료를 중심으로 시장 지표를 짚어나갈 계획입니다. 대책 확정 후에는 각 조건별 시뮬레이션 분석도 이어서 다루겠습니다.